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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본에 관하여

이 책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1813)을 영어 원전에서 옮긴 완역본입니다. 1813년 초판에서 내려온 본문을 1894년 런던의 조지 앨런 출판사가 휴 톰슨의 삽화를 넣어 펴낸 판에서 옮겨 적은 퍼블릭 도메인 전자 텍스트를 저본으로 삼았습니다. 그 판의 서문과 삽화는 싣지 않았습니다.

1813년 초판은 세 권으로 나왔고 권마다 장 번호를 새로 매겼습니다. 이 책은 저본을 따라 1장부터 61장까지 번호를 이어 매겼습니다. 초판의 제2권은 24장에서, 제3권은 43장에서 시작합니다.

번역은 저본의 2,051문단과 문단마다 맞추어 옮겼고, 책으로 짜면서 두 군데만 손보았습니다. 저본이 한 문단으로 몰아 짠 긴 편지 세 통(35장 다아시의 편지, 46장 제인의 두 번째 편지, 52장 가디너 부인의 편지)은 내용의 흐름에 따라 여러 문단으로 나누었습니다. 저본이 두 사람의 말을 한 문단에 합친 자리(54장)와 한 사람의 말을 여러 문단으로 쪼갠 자리(47장)는 말하는 사람이 바뀌는 대로 문단을 바로잡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본문은 2,074문단입니다.

서술에 관하여

이 소설의 서술자는 인물들보다 한 걸음 위에서 담담하게 말합니다. 칭찬처럼 들리는 문장이 비난이고, 단정하는 문장이 웃음입니다. 그 담담함을 살리려고 서술에서는 누구도 높이지 않았습니다. 캐서린 영부인도 서술에서는 「말했다」로 적었고, 높임말은 인물들의 대사 안에만 두었습니다.

서술은 자주 엘리자베스의 생각 속으로 들어가 엘리자베스의 말투로 말합니다. 이런 대목은 따옴표 없이 3인칭 그대로 옮기되, 엘리자베스의 감탄과 물음이 들리도록 어미를 골랐습니다.

말투에 관하여

영어에는 높임말이 없지만, 이 소설의 인물들은 「Mr. Darcy」「Miss Bennet」 같은 격식을 끝까지 지킵니다. 이 거리를 우리말에서는 존댓말로 옮길 수밖에 없어서, 인물 관계마다 말의 등급을 미리 정해 두고 끝까지 지켰습니다.

  •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 존댓말을 씁니다. 두 사람의 마음이 바뀌는 과정은 말의 등급이 아니라 말의 온도로 드러나도록 했습니다. 첫 청혼과 거절, 다아시의 편지는 딱딱한 하십시오체로, 펨벌리에서 다시 만난 뒤로는 다아시가 먼저 부드러운 해요체로 내려오고, 두 번째 고백 뒤에는 두 사람 모두 해요체로 말합니다.
  • 베넷 씨는 아내에게 하오체로, 베넷 부인은 남편에게 해요체로 말합니다. 베넷 씨의 메마른 농담이 옛 신사의 말투에서 나오도록 했습니다.
  • 캐서린 영부인은 아랫사람 모두에게 하오체로 명령하듯 말하고, 엘리자베스는 영부인에게 끝까지 하십시오체로 맞섭니다.
  • 다아시와 빙리는 서로 「자네」라 부르는 하게체를 씁니다. 자매들끼리, 엘리자베스와 샬럿은 서로 반말을 씁니다.
  • 콜린스의 말은 지나치게 길고 지나치게 높입니다. 웃음이 거기서 나오므로 줄이지 않았습니다.

이름과 호칭에 관하여

  • Mr., Mrs., Miss는 「씨」, 「부인」, 「양」으로 옮겼습니다(다아시 씨, 베넷 부인, 빙리 양). 이 시대에는 성으로 부르는 「Miss + 성」이 그 집 맏딸을 가리키므로, 「베넷 양」은 대개 맏딸 제인입니다.
  • 백작의 딸에게 붙는 Lady는 「영부인」(캐서린 영부인), 기사의 아내에게 붙는 Lady는 「부인」(루커스 부인), Sir는 「경」(윌리엄 경)으로 옮겼습니다.
  • 엘리자베스의 애칭 가운데 가족이 부르는 Lizzy는 「리지」, 친구와 이웃이 부르는 Eliza는 「일라이저」로 구별했습니다. 넷째 딸은 원문이 Catherine이라 적은 자리도 캐서린 영부인과 헷갈리지 않도록 모두 애칭 「키티」로 옮겼습니다.
  • Darcy는 굳어진 관용을 따라 「다아시」로 적었습니다.
  • 제목의 pride는 본문에서 뜻에 따라 「오만」, 「자존심」, 「자부심」으로 갈라 옮겼고, prejudice는 언제나 「편견」으로 옮겼습니다.

편지에 관하여

이 소설에는 서른 통 가까운 편지가 나옵니다. 편지는 쓴 사람의 말투를 따르되 우리말 편지의 부름말과 맺음말을 갖추었습니다. 원문이 편지의 여러 문단 가운데 마지막 문단에서만 따옴표를 닫는 것과 달리, 이 책에서는 문단마다 따옴표를 열고 닫았습니다.

각주와 그 밖의 것

  • 각주 24개는 모두 옮긴이가 붙였습니다. 한정상속, 성직록, 사교계에 나가는 관습처럼 모르면 문장이 읽히지 않는 당대의 제도와 관습, 화폐와 지명에만 달았고, 인물의 심리나 풍자의 뜻을 풀이하는 주는 달지 않았습니다.
  • 돈은 「10,000파운드」처럼, 날짜와 시간의 분, 주는 「10월 15일」, 「15분」, 「2주」처럼 아라비아 숫자로 적었고, 나이와 사람 수는 「열다섯 살」, 「다섯 딸」처럼 한글로 적었습니다.
  • 원문에서 기울여 쓴 강조는 기울임체로 살렸습니다. 원문의 줄표는 쓰지 않고 문장을 나누거나 쉼표로 이었으며, 끊긴 말은 말줄임표로 옮겼습니다. 원문이 이름을 가린 자리는 「○○」로 적었습니다.